• 담벼락에 잦아드는 운치,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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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관리자
  • 15.01.29 1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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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함라마을 돌담길

· 내비게이션 :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면 함열리 314
· 입장료 : 없음, 주차 가능
· 문   의 : 함라면사무소 (063) 856-9239
              함열향교 (063)856-8947

 

담벼락에 잦아드는 운치,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익산 함라지역 돌담길에 전통가옥도 볼거리

 


어릴 적 따스한 기억 한 자락 심어주던 그 길


겨울 햇살이 담벼락에 툭 하고 떨어지더니 이내 스며든다. 시리도록 맑디맑은 햇살이 툇마루를 넘어 방안 깊숙이 찾아드는 것을 보니 이제 봄볕을 기다려도 된다는 얘기이다. 시린 바람결이 골목과 골목을 훑고 지나친다. 이런 날 돌담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특별함을 전해준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공기놀이며 고무줄뛰기, 팔방치기를 했던 담벼락 아래의 추억은 잔잔한 그리움을 던져주고, 막걸리 심부름을 하고 오던 길 담벼락에 기대 홀짝홀짝 숨어 맛본 기억, 저녁 시간 아버지의 발자국 소리를 자박자박 들려주던 모퉁이도 이 길이었다. 집 앞 골목길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이렇듯 아련한 향수를 품게 하고 아스팔트, 콘크리트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자연을 담은 담벼락은 예나 지금이나 따스한 애잔함 같은 그리움을 묻어나게 한다.


따뜻한 고향의 한 자락을 심어주던 그 길, 전라북도 익산시 함라마을에는 지금도 돌담길의 자취가 물씬 풍겨온다.

 


바람 막고 집안 지켜주던 삶의 흔적

 

전라북도 익산에서 함열 방향 중간쯤 철길을 지나 함라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다 보면 함라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입구부터 돌담길이 쭉 이어져 찾기도 수월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농가들의 담장은 도석이 주를 이루는 돌담이다.


전문 장인이 비벼 발라 만든 담벼락이 아닌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세대를 이어가며 흙과 돌을 섞어 삶의 흔적을 담아내는 돌담을 만들어 왔다. 흙과 지푸라기, 석회 등을 섞어 쌓거나 여기에 돌을 넣어 쌓기도 한 토담은 우리네의 전통적인 건축방식이며 질 좋은 흙이 많이 나오는 우리나라의 일반 농가에서 주로 사용한 담장이기도 하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없는 세월의 뒤안길이기도 하다.


이 때문일까.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중시해 문화재 등록을 추진, 2006년 4월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만석꾼이 빚어낸 전통의 맥

 

함라는 예부터 큰 부를 이룰 정도로 부유한 동네였다. 함라에서 소위 만석꾼으로 일컬어지는 세 부호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인근에 소가 엎드린 모양의 형상을 띤 와우산이 버티고 있어 마을의 평화와 안녕이 지켜졌다는 설도 있다. 풍수로 따지면 대체로 평온하며 근심이 적은 곳이라는 얘기이다.


함라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집이 조해영 가옥이다. 안채와 별채로 둘러싸인 공간을 제외하고는 뒷담이 없이 거의 텃밭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주인이 떠난 자리에 집을 관리해주는 마을주민이 한 번씩 돌아보며 살피고 모과나무와 탱자나무가 이곳을 지키고 있다.


안채의 상량문에 ‘대정 7년’이 명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19○○○에 건축된 것임을 알 수 있고 1986년 9월 8일에 전라북도문화재자료 제121호로 지정되었다.


안채는 옛 모습을 담고 있으며 별채는 일본식 건축양식을 본떠 만들었다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 있다. 장독대는 사람이 살던 시절의 흔적과 장독 수만큼 많은 사람이 북적거렸음을 가늠하게 한다.

 


일제강점기 전통양식의 상류가옥


조해영 가옥을 지나면 김안균 가옥(전라북도민속자료 제23호)이 맞붙어 있다. 조선 말기의 양반가옥형식을 기본으로 하는 김안균 가옥은 일제강점기 전통적인 상류가옥의 변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가옥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등으로 구성되었으며 상량문의 기록으로 보아 안채와 사랑채는 1922년에, 동·서 행랑채는 1930년대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옥의 특징은 백두산에서 직접 가져온 소나무로 지어졌는데 이 집 주인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목장을 직접 데려다 지어서 한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특히 대가이나 구조와 의장에 있어서 일본식 수법이 가미되어 당시의 주택 모양을 살필 수 있으며 사랑채에는 분합들쇠가 풍경처럼 시선을 잡아끌기도 한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처마 밑에 분합을 달아 문의 경첩을 들어 올려 분합들쇠에 달아매면 문이 닫히지 않는 역할을 했다.


함라마을 세 부잣집 중 가장 먼저 지어진 이배원 가옥은 1917년에 건립되어 당시에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문간채, 곳간채 등 여러 채가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지금은 원형을 잃고 사랑채는 내부가 개조되어 원불교 교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연을 빼닮은 고샅길 풍경


함라마을은 일 년 내내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만나는 담벼락의 운치, 봄을 기다리는 그리움마냥 한 번쯤 예서 살고 싶다는 마음마저 갖게 하니 말이다. 고샅길을 걷는 방문객의 시선도 내내 기와지붕과 들녘의 고즈넉함에 눈을 떼지 못한다. 함라마을 초입에 자리 잡고 있는 ‘함열향교’도 전통마을로서, 평화로움을 간직해온 마을의 품위를 더해 주고 있다. 향교 인근에는 구절초밭이 펼쳐져 있어 해마다 9월 말이면 구절초 축제가 소박하게 열리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연을 빼닮은 마을의 전경과 골목과 골목을 잇는 돌담길은 넉넉한 인심마저 감돈다. 낮은 담장을 까치발을 올려 들여다봐도, 담장 밖으로 삐져나온 감이며 탱자를 몇 알 훔쳐 따가도 그리 낯설지 않아진다. 찾는 이와 지키는 이가 어우러지는 세상, 마음껏 사진 여러 컷 찍어 가도 모든 게 한 폭의 작품이 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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